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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L I MAKE IT HAPPEN

코로나로 본 사람과 시스템의 약점 (그리고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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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에 있어야 할 진짜 이유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된 지 어느덧 세 달이 넘었다. 초기까지만 해도 중국에서의 발병이 대부분이었던 데다 한국에서의 처음 확진자가 1월 20일이었으니 정작 세 달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지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되는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의 두 배 만큼 체감되는 기간이 비레해서 증가하는 것 같다. 특히나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멈춘 싱가포르에서 지낸다는 건 여간 곤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바이러스와 관련해 초기에 나는 두 가지 예측을 했다. 첫째로 이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많은 지역에, 많은 나라에, 많은 사람들에게 퍼질 뿐더러 결과적으로 어느 시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은 앓게될 것이라는 것이고 둘째로는 생각보다 덜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생각은 점점 분명해지는 것 처럼 보인다. 중국은 발병 당시 거짓말을 해야했을 정도로 준비가 미흡했지만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대만이나 싱가포르, 홍콩는 정부의 강제력을 앞세운 과감한 조치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80% 이상)의 사람들의 증상은 경미한데, 이는 일반 감기 혹은 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아주 경미한 증상 혹은 무증상인 경우도 흔해서 이제는 바이러스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재택 근무 및 자가 격리 혹은 소셜 활동의 자제, 행사들의 잇다른 취소, 항공편의 취소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볼 때 우리는 '대단히 강한 바이러스'를 겪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이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언론의 매 뉴스에 과민 반응을 하기도 하고 휴지 따위를 사재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깨어있는 이들은 알 것이다. 이는 그저 집단지성의 실패담일 뿐이라는 것을.

독감으로 인해 매해 수만 명의 미국인들이 죽는다고 한다. 당연한 말로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다. 더불어 지난 몇 주 동안 주식시장이 폭락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주식 시장은 현실이 아닌 '기대감'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가 격리 혹은 활동의 자제, 행사의 취소, 항공편의 취소 따위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바이러스의 확산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분명히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목적은 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를 막는 것이라고 본다.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지 않을 만큼만 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추고자 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감염자의 약 10-15%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독감 혹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역학자들은 2021년 전세계 인구의 40%에서 70%의 인구가 감염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너무 잔인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니 숫자를 30%라고 쳤을 때 미국에서는 1억명이 넘는 사람이, 그리고 한국에서는 약 1500만명의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시말해 150만 개의 병동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020년 초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에 있는 음압 병실은 약 1200개에 불과했다. 더 늘린다고 한들 100만개 이상의 음압 병실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유럽처럼 일반 병동에 대책없이 입원을 시킨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병동은 암세포 혹은 독감보다 심각한 질병으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인데 어떻게 수용을 한다는 말인가.

따라서 각자가 자가 격리를 충실히 이행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과민 반응으로 보일지라도 체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외출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바이러스는 빨리 퍼지고, 빨리 퍼질수록 병원은 잠식되어가고, 그러수록 불필요한 희생은 늘어만 갈 것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이 글을 잃는 대부분은 건강할 것이다. 걸린다 하더라도 금방 나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의 무지함과 이기심으로 인한 행동으로 무고한 사람이 아프거나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2. 건강의 위기를 택할 것인가, 경제적 위기를 택할 것인가? 그 것이 문제로다.

사회가 죽어가는 건 단연 큰 문제다. 

현재 중국 내 중소기업 중 30%에 달하는 기업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은 4월 중순까지 모든 학교의 개학을 연기했고,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불필요한 업종의 운영을 금지했다. 심지어 치과나 내과 등도 급한 환자들만 볼 수 있게끔 강경한 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수백, 수천만 명의 근로자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전 세게의 수 천개의 항공편, 크루즈, 컨퍼런스, 이벤트 등이 취소되고 있다.

지구가 살아나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실질적인 경기 침체를 맞닥드린 것이다. 그렇다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장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정부에서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서로 다른 나라가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어떤 나라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경제적이 불안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있는 반면 어떤 나라들은 경제적 안정을 위해 기꺼이 국민의 면역력을 믿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Just move on"이었다. 지극히 트럼프다운 발상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이 바이러스를 일반 독감에 비유하며 '도대체 독감으로 누가 죽는단 말인가.'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조부가 독감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러니 사회적으로 대응이 되어있을 리가 있을까. 검사를 덜 하는 것도 모자라 병원마저도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 폭격을 맞았고, 그 고통은 국민들이 분담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건 공황과 주식시장 안정화를 위한 그의 '경제적인' 선택이었으리라.

한국을 보자.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실전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는 매일 수 천, 수만 건의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감염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여 문재인 탄핵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투명성과 적극적인 검사가 바이러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지름길임이 밝혀져 우리에게 꽤나 큰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먼저 선택한 것이다.

스웨덴은 그야말로 국민의 면역을 믿고 혹은 국가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인지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게끔 한 것과 반대로 싱가포르는 모든 영업장의 운영을 법으로 금지하고 전국의 모든 벤치에는 빨간색 테이프를 붙여 강제적으로 모든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해놨다. 

 

3. 인지적 편견

1. 사람들은 보통 디폴트 값을 설정하는 것을 좋아한다. 과거에도 '인지' 혹은 '잠재의식'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과 같은 맥락이다. 이 상황에 적용시켜보자면, '세상의 종말' 혹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디폴트 값을 설정하려는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노오오오력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언제나 그렇듯 진실은 그 어딘가에 있다. 개별적으로 보자면 우리들 대부분은 큰 위기에 봉착해있지 않지만 시스템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큰 위험에 처해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과 사회의 불일치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정확한 인지'를 하지 못하게 한다.

말하자면 이 상황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국가와 내가 속한 공동체 혹은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꿰뚫어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상황을 점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선으로 연결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뉴스에서 "대한민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수는 매일 130명 씩 나오고 있고 3일마다 이 수는 두 배가 된다"라고 말을 한다면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을테지만 "대한민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수가 이런 속도로 계속된다면 3주 안에 17만 명이 된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패닉에 빠질 것이다. 단순히 수학을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어느 경제 학자에 말에 따르면 실제로 과학, 재무, 테크 관련 분야 등 머릿속에 그래프를 그리거나 연결지어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뉴스를 들었을 때 더 많은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우리는 무언가가 틀어졌을 때, 이로 인해 겪게 될 경제적인 문제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사실에만 집중한다. 차가 고장났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가 고장났다는 사실에 대해 화를 내는데에 집중하지 보험료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 수리하는 기간동안 발생하는 불편함과 비용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 이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적용해 생각해보면 우리는 또한 1차적인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된 이 사태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2차, 3차로 따라오는 문제는 상당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미국의 망가진 의료 시스템을 보자. 미국에서의 실업급여 신청률을 보면 금할 수 없는 절망감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의료 보험 시스템은 또 어떠한가? 각 국가의 대처 방식을 관찰했을 때 오는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음. 발행을 했던가, 그냥 적어만 뒀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몇 가지의 예측 중 하나는 국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국가에 대한 선호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것인데 말하자면 유럽 혹은 미국 여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싱가포르, 대한민국, 대만 등의 여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의 탄생 등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이 수반하는 사회의 문제점을 살펴볼 때 우리는 해외의 의료 시스템을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의료 시스템의 한계는 그야말로 분명해졌을 뿐 아니라 이미 불안해왔던, 불안한 의료 보험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진 이후, 우리는 이들의 파산으로 인한 국제적인 경제 공황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멈춰버린 공급 시스템을 보자. 이는 자국 국경 내의 자원을 재투자하게끔 할 것이고, 무역, 여행과 국제적인 비즈니스에 대해 우리를 더욱 보수적이게끔 만들 것이다. 정치는 두말할 것도 없다. 위기에서 진짜 빛을 발하는, 공동체에게 정말 필요한 정치가 혹은 정당이 무엇인지 우리는 다시금 생각해볼 것이다. 더불어 노인들은 누구보다도 투표를 많이 하고 정치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인구통계학적 경향을 보이는데 상당수의 노인이 투표를 할 수 없는 혹은 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총선은? 모두가 에상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연령대를 생각해볼 때 베트남, 아프리카 같이 젊은 인구가 많은 나라와 일본, 이탈리아 등 노인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의 의료비용 지출 및 경제활성화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전자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보다 상처가 덜한 선에서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 비용 절감, 생산성 손실 감소, 시장의 공포 혹은 공황의 감소 등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가 적어내는 말들이 다 맞다고 절대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것들이 현재로서 생각할 수 있는ㅡ명확하지 않을지라도ㅡ 것들이고 이런 생각을 통해 사회가 그리고 내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3. 우리는 늘 일상의 습관을 고치는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 작고 세밀한, 규칙적인 변화를 축적하기 보다는 무언가를 단기적으로 성취하기 위한 단일적이고 커 보이는 행동의 변화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햇볓을 충분히 쐬면서 비타민C와 비타민D 합성을 늘리는 것 보다 마스크를 쓰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쓰잘데기 없는 회의를 지속하거나 의미 없는 규칙을 강요하는 회사 분위기를 뜯어고치는 것 보다 한 사람을 해고한다거나 회식을 통해 분위기나 전환해보려는 회사 경영진처럼. 

진짜 솔직히 말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잘 먹고, 술을 덜 마시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담배를 덜 피는 것이 아닌가. 손을 씻는 것과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이는 역사를 통해 증명된 표준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언젠가 바이러스를 극복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바이러스를 맞을 것이다. 경제적 문제 또한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많은 사업체가 경영난에 휘둘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실업의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이 시점에서 어떠한 사업이 실제로 사회를 위한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는지를. 축구 스타보다 의료계 종사자들이 훨씬 값어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격리된 동물의 심정을 우리는 더 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의 오염을 위해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 지 보게 될 것이다. 봄의 황사가 중국에 의한 것임이 증명되었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에 손을 씻는다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님을 전 세계의 모든 남자들이 깨닫고 있다. 

역사를 통틀어봤을 때 가장 크고 필요한 변화는 일반적으로 위기를 통해 혹은 위기의 여파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화가 극심한 스트레스ㅡ트라우마ㅡ 이후에 오는 것과 같다. 고통에는 항상 성장이 따라온다. 부숴진 건물 위에 새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새로운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는 밭을 한 번 갈아엎어야 하는 것 처럼, 창조의 기회는 파괴로부터 온다.

 

(라미네이트를 하려면 치아를 갈아내야 하는 것 처럼...이라고 쓰려다 말았다. 너무 치과충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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