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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L I MAKE IT HAPPEN

말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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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 냄새가 지독할 때 '내가 속이 안좋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 처럼 우리의 말이 지독해질 때 '내 마음이 안 좋나?' 하는 것을 깨닫는다. 흔히 계획된 일이 틀어지거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말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상대를 비난하고 짜증이 나게 된다. 내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또한 의견이 다른 경우, 내가 얼마나 옳은지를 주장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주변 상황이나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고, 그 불안함을 다스릴 능력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의 압박에서 나오는 나쁜 언어 습관. 이 때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보듬고 이해하고 아끼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연습은, 그 기술은 어떻게 익혀야 할까? 상대를 말로 이기기 위해서일까? 경청과 공감을 바탕으로 결국 내 뜻대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것일까?

 

말은 마음에서 나온다.

말을 잘하게 되는 진짜 비법은, 마음이 먼저 자라고 그 길을 따라서 말을 자라게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버지의 가시같던 그 말이 들린다. 그 말들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아버지는 캐치볼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셨고, 자신을 지키고싶지만 그것이 서툴러 상대를 공격하는 것 처럼 보였을 뿐이다. 평생 돈 못 벌어온다고 무시받으면서도 토끼같은 자식과 행복하게, 사랑받고, 존중받고, 존경받으며 살고 싶으셨을텐데 그걸 다른 사람이 알아듣게끔 말씀하시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셨던 것이다.

 

말그릇이 커지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내가 소중해진다. 

 

자존감은 남이 박수쳐주는 일을 멋지게 해낼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만 아는 기특한 구석이 있을 때 자란다. 나만이 아는 그 '말 그릇'을 지킨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을 때 내가 소중해지고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시시하고, 비틀거릴 수 있다. 그 때 '이 정도면 괜찮은 엄마지'. '이 정도면 괜찮은 친구 아니야?'라는 마음을 이불삼아 매일 따뜻하게 잠들고 그 따뜻함을 바탕으로 마음의 그릇, 말의 그릇이 커지는 당신이 그리고 내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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