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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KIPEDIA

외국인 외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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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모범국으로 뽑혀왔던 싱가포르에서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대구에서 초기에 100명 씩 확진이 될 때 왜 모든 한국인들의 입국을 금지시키지 않는거나며, 한국인들은 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바이러스의 확산이 빠르지 않은거냐며 모욕을 서슴치 않던 전 직장동료의 얼굴이 문득 떠올라 '쌤통이네'싶은 마음ㅡ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흐트러졌다는 것이ㅡ이 솔직히 들기도 했지만 하루 200명에 가까운 확진은 단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태형을 때리기도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는 매일 다른 정부의 강력한 방침이 발표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주부터는 모든 불필요한 상점의 문을 닫아야 했고, 병원은 응급 환자만 받을 수 있었다. 모든 레스토랑에서는 포장을 해가야만 했으며 공원 벤치에 앉을 때에도 무조건 1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했다. 펍이나 바, 클럽 등은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산 기세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자 정부는 급기야 가족 모임을 제한한다거나 어른을 찾아뵙지 말라거나, 노인들은 마트에 나오지 말라는 권고까지 했고 심지어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마트에 출입할 수 없다라는 말도 안되게 강력한 제재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오늘 오전에는 더 가관이다. 모든 외국인 근로자는 5월 4일까지 포장을 위한 레스토랑 방문, 식료품 매장을 제외한 모든 공공 장소에 다니다 적발되면 경고없이 1인 당 벌금 300달러, 심지어는 비자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뉴스다. 집에 머물면서도 같은 세대에 거주하는 사람 이외의 다른 사람과 같이 있다가 적발되면 벌금이 1인당 1만 달러란다. 그러면서 여전히 밖에서 뛰는 것 정도의 운동은 허용할테니 운동은 해도 된다고 국민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다.

 

분명 강력한 제재이다. 불가피한 방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자유롭고, 정부의 말을 비교적 잘 듣지 않는 한국에서 온 나로서는 놀라운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일단 말을 너무 잘 듣는다. 싱가포르의 총리가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지 않았을 때 길거리에는 대략 절반이 채 안되는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총리가 뉴스에 나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그 다음날,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정부가 말하면, 듣고 따른다. 

 

좁은 길거리에서나 식당에서 마주쳤을 때, 지나가는 순간 이외에는 1m 이하의 거리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무조건 기다린다. 길이 넓을 때에는 서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밀착한 채 이동하고 길이 좁을 때에는 한참 전에 서서 얼굴을 돌리고 서 있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의 목숨처럼 시행한다.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뉴스만 계속 나오고, 계속 떠든다. 뉴스 어플에서도 하루에 20개 가까이 되는 코로나 관련 뉴스가 팝업창에 뜨고, 티비를 틀면 계속 코로나 관련 주요 뉴스만 연신 떠들어대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심지어 왓츠앱에는 코로나 관련 개그나 memes만 전달이 된다. 온 나라의 신경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집중되어 다른 모든 일, 모든 이들의 생활, 삶이 없어진 것 같다.

 

2등을 하면 자살할 것 처럼 우는 1등 같은 느낌이랄까.

 



 

화려한 야경과 바쁜 사람들, 많은 대기업의 헤드 오피스, 상하이, 도쿄, 홍콩과 함께 아시아 금융의 중심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그 이면에는 수동적이고, 손에 쥐고 있지 않은 것들을 갖기도 전에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국민들, 강력한 정부, 그리고 조용히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노동자들ㅡ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에서 온 건축노동자들과 미얀마, 필리핀 등에서 온 가정부들. 

 

그 어는 나라보다 빠르게 발전하며 화려한 모습 이면에 치열한 경쟁, 갖기도 전에 잃을까 두려워하는 국민들, 그리고 강력한 주거 정책을 바탕으로 수동적인 국민이 되도록 훈련시키는 정부. 

 

마치 민주화된, 서구화된 북한을 보고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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